역사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우리들에게 역사는 무엇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있으며, 어떠한 형식으로 전개되어 왔고 또한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들을 제기합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우리가 역사란 무엇인가를 종합적으로 정의할 수 있기 위해서는 몇가지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함께 찾아 보아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지금 역사진행의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리들 각자는 언제, 어떠할 때 비로소 얼마만큼 역사적 인간으로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도 또한 기대해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해 보고자 한다면, 역사철학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다만 역사란 무엇인가를 정리해 보고자 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만을 알아보면서 이상의 문제들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시도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란 경험적 견문과 연구의 결과
역사란 무엇인가를 정리해 보고자 하는 데 있어서 일차적으로 부딪치는 어려움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과 진행들이 모두 다 지나가 버렸으며, 일어났거나 진행되어 온 바 그대로 현존하지 않는다는 점 입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역사란 기록으로 전승되고 있는 바들, 그리고 후대인들이 그것들을 근거로 하여 새로이 편집, 정리, 해석해본 바들일 뿐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드로이젠은 "역사란 경험적 견문과 연구의 결과이다."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요컨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란 모두 다 과거에 관해 파악된 것, 이해된 것일 뿐이며, "역사 그 자체"는 아닙니다.
여기에서 주목되어야 할 바는 우선, 역사란 결국 파악될 때의 현재의 순간에서 이해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카아가"역사는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과의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계속적인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 없는 대화이다"라고 정의한 바는 역사의 현재성을 극명하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역사란 파악하는 자의 과거에 관한 관념
과거가 매 순간에서 파악될 때, 그것은 파악하는 자의 과거에 관한 관념에 다라 이루어 집니다.
"역사란 하나의 문화가 자신들의 과거에 관해서 설명하는 하나의 정신형식이다." 라는 호이징하의 정의는 바로 그러한 과정을 명료하게 표현한 것 입니다. 실로 역사란 항상 새로운 현재에서 이해되고 있는 바이며, 현재의 한 관념 형식인 것 입니다. 역사의 개념을 이상과 같이 논의하는 것은 역사의 주관적 측면, 즉 기록으로서의 역사에 대한 인식론적 해석 입니다.
이러한 논의에만 머무른다면, 역사 그 자체에 관한 규명과 이에 수반되는 질문들에 대한 설명은 연기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들에게 필요한 일은 역사의 객관적 측면, 즉 역사 그 자체에 대한 존재론적 해석도 함께 시도해 보는 일 입니다. 오랫동안 역사가들은 파악된 역사와 역사 그 자체가 서로 부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료연구, 사건해석, 연구결과의 서술 등의 작업에서 준수되어야 할 방법론을 개발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역사가는 '역사 그 자체는 현존하지 않는다.'라는 이유에서 그 존재성을 도외시 하지 않습니다.
역사 그 자체란 무엇인가
역사 그 자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해명하게 위해 역사를 "자연"에 대치시키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사생활은 인간들이 각각의 개별적인 존재로서가 아니라 집단적인 존재로서, 사회적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사고하며 행동함으로써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한에 있어서 장구한 역사진행의 모든 단계에는 인간성을 근거로 하는 것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역사진행의 각 단계는 인간 사고행위가 그때 그때의 특정한 시간적 , 공간적 조건 속에서 이룩한 결과이므로 외형에 있어서는 각각 상이한 발전형식을 보여주며, 내용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런가 하면, 시간적, 공간적 차이에 관계 없이 항상 동일한 형식으로 전개되는 현상들이 있습니다.
자연에서의 물리적, 화학적 변화들이나 동식물에서의 생물학적 변화들이 그렇습니다. 이변화들은 규칙적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항상 반복적으로 전개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성격의 변화들과 진행들을 모두 합하여 넓은 의미의 자연세계라고 부릅니다. 이 세계는 역사를 갖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동일한 규칙적인 반복적인 현상들이 의식없이 일어나는 모습들이며, 역사로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사고와 행위들의 결과인 역사세계에서는 삶의 현상들이 결코 동일한 형식 속에서 반복적으로 진행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역사란 끊임없이 생성과 변화의 흐름속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방향
역사는 도대체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 칸트적 해겔적 의미에서는 "자유"인가 하면, 마르크스적인 의미에서는 "계급없는 사회"라는 해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역사는 확실히 도덕적인 자유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하며, 헤겔적인 의미에서 라면 정신이 보다 더 많은 자유를 의식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념론적 역사해석에 대립되는 물질 주의적 견해에 의하면, 역사란 인간이 빈곤으로부터 물질적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요컨대 경제적 속박을 강요하는 계급적 예속상태를 타파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자유"와 "계급없는 사회"라는 개념은 실로 역사의 정당한 목표들이며, 역사가 그러한 상태를 향해 진행되어왔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욱이 역사는 지금도 진행중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역사진행은 끊임없는 해방의 과정이라고 정의해 볼 수도 있을 것 입니다.